안녕하세요. 마음이 쉬었다 가는 곳 맘정원입니다.
오늘은 청/장년기 여성들의 피학적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상담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저와 관계 맺고 있는 지인들, 더 나아가 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 1) 자기주장하기 힘든 여성, 2) 거절하는 게 그 무엇보다 어려운 여성, 3) 싸우거나 화내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여성, 4) 상대에게 좋은 점만 보이고 싶어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려운 여성, 5) 자신을 착취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나쁜 남자)과 반복적으로 관계 맺는 여성분들이 이 글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피학적 경향성이 도대체 뭔가요?
피학적 경향성이란, 대상(부모, 어머니, 권위적 대상, 종교, 관습 등)을 위해 혹은 대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고, 자신의 욕구나 동인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 피학적 태도는 미워하는 사랑 대상의 애정을 구하려는 시도이다.
- 피학증은 주체의 리비도와 융합된 사랑 대상에 대한 가학증이다.
- 피학증은 단순히 자기-처벌이나 자기-고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한 전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이다.
- 피학적 경향성은 외부로 향한 가학증 혹은 파괴적 충동이 안으로 돌려진 것이다.
- 피학적 경향성은 자아의 금지된 충동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한 초자아의 처벌에 대한 자아의 반응이다.
피학적 경향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피학적 경향성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래 제시한 네 가지 항목 중 두 항목 이상을 포함하거나 13개의 소항목 중 7개 이상을 포함할 경우, 피학적 경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항목 | 세부사항 |
1. 비현실적인 완벽주의 | 1)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 만족할 수 없는 것 2) 지나치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자기 처벌적이 되는 것 |
2. 자기의 삶보다는 대상의 인정이나 이상을 추구하는 삶 | 3) 복종할 수 있는 대상 혹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 4) 자기 인정보다 대상 인정이 중요한 대리적 삶 5) 자기 욕구와 목표에 대한 지각이나 추구가 없는 것 6) 대상의 시선이나 생각에 민감한 자신을 굴욕적이라고 느끼는 것 7) 대상(권위)의 인정이나 만족에 매달리는 만큼 무시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
3. 공격성의 억제와 희생적인 대인관계 | 8) 공격성을 억제하고 무기력해지는 것 9)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나 부탁을 하지 못 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것 10) 자신을 헌신하거나 희생하게 되는 관계를 반복하는 것 |
4. 무의식적 죄책감으로 인한 실패욕구 | 11) 반항과 일탈 12) 학업이나 관계에서 비현실적인 목표 추구 혹은 실패 13) 신체적 심리적 무기력이나 지나친 통제 욕구 |
이 외에 피학적 경향성에는 온순함, 자기-소멸, 과도한 공손함, 좋은 것만 보이기, 맞추기, 잘못된 폭발로 무기력해지기, 잠만 자려하는 것, 식이장애 등이 해당됩니다.
피학적 경향성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여성의 피학적 경향성은 일차적 이유는 주 양육자와의 관계(Berliner, 1958)이며, 이차적 이유는 무의식적 죄책감과 실패 욕구(Freud, 1924)로 볼 수 있습니다.
- 피학적 경향성, 즉 자기 파괴와 처벌받으려는 욕구는 아동기의 사랑 대상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Markson, 1993).
-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족 체계 내에서 여성들은 주 양육자인 어머니를 불쌍하고 희생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의 분노와 화를 내재화하여 무의식적 죄책감을 보인다(대상에 대한 공격성을 부인함으로써 타인을 향한 공격을 자기에게로 돌림). 동시에 의식적으로는 아버지를 동일시하고 무의식적으로는 어머니를 동일시하는 자아분리 현상을 나타낸다.
- 여성들은(딸들은) 정상적으로 분노하거나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하고 급격히 우울감에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공격성의 결핍과 변형'에 대한 반응이다. ☞ 참고로, 대상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어야 이에 대한 죄책감이 출현하고, 이후 대상 사랑이 가능해진다(대상 공격→죄책감 출현→대상 사랑 발현). 그러나 대상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과정의 첫 단계인 대상 공격에 실패하면, 상대와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피학적 경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성들이 경험하는 혼자되는 것, 통제력 상실, 분리와 자신이 없어질 것(Lerner, 1991) 같다는 등의 불안은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20대 초-중반 아버지는 평가절하하고, 어머니는 과도하게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석을 오랜 기간 받으며, 어머니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주 애착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들여다보고, 이를 언어화함으로써 모호하고 깊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는 것(자기 선택적 삶을 사는 것)을 통해 피학적 경향성을 극복해나갈 수 있습니다. 자기를 삶의 중심에 둔다는 것은 이기적인 혹은 자기중심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되어 매달리거나 그 결과를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의 통합과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의 통합으로 이어지면서 심리적 유연성과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전문직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개인적 발전과 성취를 이루는 데 있어서 자신의 욕구보다 가족 구성원들의 욕구를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들이 있다. 또한 헌신과 희생이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는 여성들에게 분노를 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화를 표현할 때 죄책감을 느끼며, 갈등을 표현할 때 말보다 눈물로 호소한다는 보고는 흔한 일이다. 여성은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것보다 배우자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에 더 수용적이다(Tosone, 1998)."
☞ 자기 선택적 삶이 갖는 중요성
"그러나 여성들이 원하는 삶은 자신의 삶인 것이고 이것을 향해 우리는 자유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에서 열정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삶은 안전할 수 있지만 성공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열정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자기-표현을 통한 긍정적인 정서적 체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시각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여성들은 구체적인 자기-욕구를 확인한다(Lane, 2002). "
오늘은 여성들의 피학적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다음에도 정신건강 및 부모교육과 관련된 더욱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단한 하루, 마음이 쉬었다 가는 곳. 맘정원이었습니다 :)
[참고논문] 김해란(2009). 청년기 여성의 무의식적 죄책감에 대한 비판적 사례 연구. 아시아여성연구, 48(1), 7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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