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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

[정서적 허기짐] 하루종일 먹을 거 찾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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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애가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고도
시도 때도 없이 먹을 걸 찾아서

혹시나 해서 심리검사를 받았더니,
정서적 허기짐 때문이래요.

정서적 허기짐이 도대체 뭐예요?

아이가 잘 챙겨 먹는데도 불구하고, 과하게 음식을 찾아서 걱정이 많이 되셨겠어요. 정서적 허기짐. 말은 어려운데, 막상 설명을 들어보면 쉽게 느껴지실 거예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애인이랑 헤어지고 밥 솥 채로 들고 우걱우걱 먹어치우는 장면. 익숙하시죠? 여기서 주인공은 정말 배가 고파서 이렇게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음식을 허겁지겁 해치우는 걸까요? 바로 이런 걸 '정서적 허기짐'이라고 해요. 생물학적으로 정말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공허한 상태인 거죠.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허한 느낌 말이에요. 

정서적으로 허기진 아이들

 
 

정서적으로 허기진 아이들은 
어떤 특징을 보이나요?

상담현장에서도 정서적으로 허기진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마음이 허한 아이들이 나타내는 특징은 우선 첫째, 선생님과 약속된 상담시간이 끝날 때마다 뭔가를 챙겨 나가고 싶어 해요. "선생님, 저 보석 가져가도 돼요?", "선생님, 저 파이리 집에 데리고 가면 안 돼요?"라며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로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수차례 시도하죠. 그러고 보니 어른들도 똑같은 것 같네요. 마음이 불안하고 공허하니 한정판 명품 신발을 사 모으거나, 주렁주렁 값비싼 장신구로 몸을 치장해보기도 하지만 쉽사리 허한 느낌이 채워지지 않죠. 저도 유독 마음이 허할 때마다 괜히 손이 초라해 보여서 반지를 2-3개 껴보기도 하고, 사지 않아도 될 옷들을 위아래 세트로 사며 소비로 그 구멍을 매우려 했던 것 같아요. 
 
둘째, 상담시간에 배가 고프다고 투덜대거나, 선생님에게 간식을 요구하기도 해요. 애정적이고 온정적인 소통이 결핍된 아이들의 경우, 상담시간 도중에 배가 고프다고 호소하거나 먹을 걸 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어요. 갑자기 마법사 놀이를 하며 "선생님은 나에게 사탕을 줘야 해요. 다음번에 맛있는 젤리를 준비해 놔요."라며 제가 거절을 못하게끔 놀이로서 통제해 버리기도 하더라고요. 어른들은 뭐 다를 것 같죠...? 속상한 일이 있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먹을 걸로 스스로를 달래는 분들! 방금 뜨끔 한 거 다 알아요~ 이렇게 보면 정말 '음식'이라는 것이 대상으로부터의 애정과 사랑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물질 같아요(구강기 욕구).
 
마지막으로 셋째, '가정과 양육'의 주제로 놀이를 반복하며 공허한 마음을 표현하고, 애정적 욕구를 충족해요. 아이들이 상담실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건설적인 방식이 바로 '놀이'예요. 어린아이들은 "선생님, 엄마가 너무 바빠서 저랑 놀아주지 않아 심심하고 외로워요."라고 말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선생님이랑 식당 놀이를 하며 대상에게 자신을 '투사(선생님이 자기 자신이 되고, 아이는 애정을 받고 싶은 주양육자가 되는 것이죠)'한 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먹이며(feeding-play) 애정적 욕구를 충족해요. 놀이를 하며 주고받는 따뜻한 눈빛과 아이를 향한 선생님의 온전한 관심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아이의 상처 난 마음을 아주 조금씩 어루만져주어, 어느샌가 보면 그 구멍이 새살로 채워져 있어요.  
 

feeding play로 애정적 욕구를 충족하는 아이들

  
 
 

정서적으로 허기진 아이들을 위해
양육자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이에 대한 대답은 위에 언급했던 '정서적으로 허기진 아이들이 보이는 양상들'에 제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공유해 드리는 것으로 대신할게요. 우선 첫째, 아이들이 물질적인 것이나 음식으로 공허함을 달래려 할 땐, 있는 그대로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유의하셔야 해요. 삼시세끼를 곧 잘 챙겨 먹는데도, 음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아이에게 달라는 대로 간식을 손에 쥐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토를 하거나, 이가 부식되거나 비만이 되는 등 오히려 아이의 건강을 해칠 거예요. 그렇기에, 아이가 끊임없이 음식을 찾는 근원적 이유(심리적 이유)를 민감하게 파악해서 주양육자가 이를 이해하고 있음을 전달해야 해요.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 아이가 퇴실할 때 장난감을 챙겨나가고 싶어 하면 "장난감은 여기서만 가지고 놀 수 있어. 네가 선생님이랑 함께한 시간이 너무 즐거웠구나. 그런데 놀이 시간이 끝나서 너무 아쉬운가 보네... 그러게... 선생님도 정원이랑 헤어지려니 너무 아쉽다... 힝... 하지만, 우리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만날 거야^^"라고 말해줘요. 
 
둘째, 양육놀이에서 충분히 좋은 대상이 되어 아이에게 온전한 애정과 관심을 공급해 주세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정서적으로 허기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용돈도, 장난감 선물도, 음식도 아닌 바로 주 양육자의 따뜻한 눈빛, 애정 어린 말 한마디,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이에요. 이 모든 것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엄청난 매개체가 바로 '놀이' 고요. 어렵지 않아요. 아이가 놀이에 양육자를 초대하면, 흔쾌히 이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놀이대상이 되어 주세요. 아이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잘 받아먹고, 또 만들어주기도 하며 아이와 시간과 정서를 온전히 주고받으세요. 굳이 양육 놀이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따라가며 30분만, 아니 15분만 핸드폰 없이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해 주세요. 
 

play with Mom

 
 
그럼, 오늘도 아이와 사랑을 주고받는 하루 되시길 바라며, 고단한 하루 마음이 쉬었다 가는 곳. 맘정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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