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음이 쉬었다 가는 곳, 맘정원입니다. 오늘은 과연 어떤 분이 육아고민을 보내주셨을까요? 사연을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연: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에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전화가 오셨는데, 제가 속이 터져서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아니 글쎄 미술시간에 재활용품으로 나만의 작품 만들기를 하는데, 아이가 30분 동안 재료를 못 골라서 주저하다 결국 책상에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도 그런 모습이 종종 있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한지는 몰랐어요. 얼마 전에도 여름 휴가로 가족끼리 강릉에 다녀왔는데, 휴게소에서 먹는 거 하나 고르는데도 세월아내월아... 애아빠랑 속이 터져서는 어휴. 그래서 이럴 때는 늘 저희가 대신 골라주는 것 같아요. 그날도 그냥 짜장떡볶이 먹으라고 했죠. 평소에 아이가 잘 먹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딸 애도 이제는 그게 편한지 친구 생일 선물이나, 준비물 사야 할 때 그냥 저보고 알아서 사달라고 하는 편이에요. 저도 그렇게 해야 답답한 꼴 안 보고 서로 좋더라구요. 그런데 계속 이렇게 해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우리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요?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죠?
스스로 시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아이
상담현장에서 수년간 일을 하다보면 아이들마다 고유의 놀이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때때로 어떤 아이들은 놀이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형적인 행동패턴으로 놀이실 한 가운데 긴장된 자세로 서서 눈을 꿈뻑꿈뻑하며 멍하니 있거나, 제자리에서 마치 팽이처럼 빙그르르 돌거나, 심지어는 놀이실 가장자리를 마라톤 트랙 삼아 빙글빙글 돌기도 하지요.
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어려울까?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도대체 왜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주도적 선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이로 인해 마주해야 하는 결과와 감정에 스스로 '책임' 져야함을 뜻합니다. 그러나 자아의 힘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 주도적 선택을 보류함으로써 스스로 져야만 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한 원인은 유전과 환경의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요. 우선 기질적으로 '위험회피' 수준이 높은 경우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하며, 창피하거나 당혹스러운 정서적 경험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주도적 선택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가정 및 교육기관에서의 양육방식과 태도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미리 정해져 있는 커리큘럼에 따라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환경에 익숙합니다. 학교에 가면 매 교시마다 배워야 하는 과목들이 고정되어 있고, 학원에서는 매일 해야 하는 숙제의 분량들이 정해져 있지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의 통제 하에 일과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며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네가 결정할 수 있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단다."라고 말하며 매번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돌려주는 '아동중심' 철학 기반의 상담세팅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지요.
양육자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할까?
그렇다면 스스로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양육자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우선 첫째, 선택지를 좁혀줄 수 있습니다. 주도적 선택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선택지가 너무 많을 경우 과도한 불안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는 너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보다는 2-3가지 정도로 시작하여, 아이가 어느 정도의 내면의 힘이 올라왔을 때 그 폭을 점차 넓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로 아이가 그림을 그리려 할 때 색을 선택하기 어려워하면 12색 색연필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 아닌, 2-3가지 색을 제시한 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둘째, 아이가 선택을 주저하더라도 충분히 기다려주며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상황에서 빨리 선택하라고 재촉하며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대신 선택해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때에는 "네가 스스로 선택하는 게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나보네. 엄마도 그럴 때가 있어. 엄마가 충분히 기다려 줄게."라고 말하고, 처음에는 10분이고 15분이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세요. 그 후 아이가 선택했을 때는 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담백하게 "너는 그게 마음에 들었구나.", "너는 그걸 하기로 결정했네."하고 주어를 강조하여 반영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셋째, 아이가 작은 성취의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세요. 아이가 일상에서나 학습적인 영역에서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이를 하나하나씩 스스로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과 효능감을 경험하여 더욱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길러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후 삶을 살아나감에 있어 이보다 더 값진 자신이 있을까요?
오늘은 주도적 선택을 어려워하는 아이의 사연을 듣고, 이에 대한 원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더욱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길 약속드리며 마음이 쉬었다 가는 곳, 맘정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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