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돕지 않고는
누구도 진정으로 남을 돕지 못한다는 것,
이는 인생이 주는 가장 아름다운 위로이다.”
-랄프 완도 에머슨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심리적 소진을 마주했던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저 또한 상담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나는 업을 가지고 있고, 때때로 강도 높은 불안과 우울을 담아내야 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에 정서적 container로서 제 자신의 마음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일주일에 약 60명의 내담 아이와 부모님을 만나다 보니, 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파워 E 성향인 저조차도 주말에는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 저로서는 주말 동안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돼서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어!”하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하시죠? 오늘은 정신건강 서비스 종사자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 지속하고 있는 5가지 작은 습관을 소개해드릴게요.
첫째, 아침에 눈뜨자마자 저녁에 잠들기 직전 짧은 하루 일기 쓰기
일기 쓰기는 저 또한 현재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루틴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일기 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일기장을 선물해줬는데, 예쁜 쓰레기가 될까봐 미안해서 포장을 뜯고 펜을 잡았습니다. 일주일 정도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일기장을 채워나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후부터는 제가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정서적 고통에 온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봄봄아, 그래서 너는 오늘 어때? 괜찮아?’라고 물어봐 주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힐링이 되더라구요.
둘째,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 정리하기
‘엥, 갑분 이부자리 정리요?’라는 생각이 드시죠. 여러분, 이부자리 정리라는 작은 행동 하나가 여러분의 하루, 여러분의 정신상태, 더 나아가 여러분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믿으시겠어요?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은 우리의 내면의 condition과 매우 연결되어 있어요. ‘애인의 정신 상태가 궁금하다면, 그 사람의 방 상태를 확인해라!’이 말은 과학이에요. 저도 마음이 울적하고 삶의 방향성을 잃은 것만 같이 느껴졌던 시기에는 바닥에 머리카락이며, 책상이 설거지통 마냥 컵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더라구요. 반면, 걱정들이 좀 해결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어!’하고 결심한 날.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방 정리부터 했어요. 이 원리를 역으로 생각해볼까요? 내 정신상태가 메롱일 때, 내 방 상태는 거의 뭐 돼지우리예요. 그런데 반대로 아무리 울적하고 무기력해도, 내 방 상태가 늘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다면...?
셋째, 하루 20-30분 매일매일 운동하기
'읭? 하루 20분? 운동이 돼...?' 헬스 길을 걷고 계신 많은 분들, 진심으로 운동을 사랑하고 꾸준하게 관리하시는 모습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사실 저두 자전거로 국토순례도 다녀오고, 하루 2시간 땀을 뻘뻘 흘리며 강도 높은 운동도 해보고, 헬스장에서 트레이닝도 받아보는 등 많은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데, ‘과연 내가 이 정도 강도로 운동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봤을 때, 제 대답은 ‘NO.’였어요(이는 블로그 주인장의 매우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운동 자체가 수준 이상으로 강도 높게 느껴지고, 부담되기 사작하니 그 생활을 매일매일 유지하는 것이 너무 어렵더라구요. 보상심리로 자꾸 치팅데이를 만들었더니, 오히려 한 주의 균형이 깨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내가 질리지 않고 평생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알짜배기 ‘나만의 운동루틴’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운동기관에 오고 가는 시간과 기구를 빌려 쓰거나 수업을 듣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간과 공간적 제약 없이 홈매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홈트 방식’을 선택하여, 유튜브를 보면서 스스로 연구하며 조금씩 제가 원하는 대로 변형시켜나갔어요. 그 결과, 기대 이상의 몸의 변화와 일상의 활기를 찾을 수 있었어요. 하루하루 재밌게 내가 직접 만들어 낸 운동을 꾸준히 하다보니, ‘20분 운동이 뭐 그렇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내겠어? 그냥 살기 위해 하자.’ 정도로 생각했던 작은 습관이 기대도 안 했던 11자 복근을 만들어주더라구요.
넷째, 일정 시간 꼭 혼자 있는 시간 확보하기
저는 주말 중 하루는 꼭 2-3시간 정도는 잠시 책도 내려놓고,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해 몸과 뇌를 멈춰 온전히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때때로 ‘미디어 금식’시간을 만들어 모든 자극들로부터 저를 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요즘 같은 스마트 미디어 시대, 화장실에서까지 폰을 하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수많은 자극적인 정보와 카톡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잠시 거리를 두고’ 온전하게 휴식하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합니다.
다섯째,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고 다루는 작업하기
저는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1번 50분 동안 ‘정신분석’을 받고 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공부하고(참고로 도를 아십니까 재질 아님),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꿈이었기에 받게 된 부분도 있지만,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작했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나 됐네요. 학생 때 정말 돈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에 나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저는 현재 6년 동안 자기분석노트를 작성해나가고 있는데,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무의식적 역동이나 꿈 내용을 기록하고 분석가 선생님과 나누고 있어요. 정신분석, 꿈 분석 많이 생소하시죠? 핵심적인 것은 ‘나의 마음,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이에요.
여러분, 글을 마무리하기 전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애인과 가족들, 나의 반려묘와 반려견을 돌보기 전,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는 시간을 가졌나요?”
이 글을 통해 여러분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셨길 바라며, 오늘도 봄처럼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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