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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

까치발로 걷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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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발로 걷는 아이

 

상담 현장에서 발달 지연 혹은 정서조절의 어려움으로 내원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때때로 까치발로 상담실을 거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상담 시간에 아이가 평소 일상에서도 발끝으로 걷는 경우가 종종 있는지 여쭤보면, 어떻게 아셨냐며 까치발을 드는 게 아이의 발달 이슈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 반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위해 몸을 높이 들어 올리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평소 걸을 때도 까치발로 다니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찰된다면 이는 좀 더 면밀하게 탐색해 봐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

아이가 왜 까치발로 걸어 다니는 건가요?”

 

첫 번째 이유로는, 까치발을 드는 아이들은 감각적으로 예민한 아이이거나 위험회피성향이 높은 아이일 수 있습니다. 양말을 신거나 운동화를 신고 있을 때는 발뒤꿈치를 바닥에 잘 붙이고 걷다가 맨발일 때만 까치발로 걷는 아이라면,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바닥의 차가운 온도나 꺼끌꺼끌하거나 지나치게 매끈한 질감의 느낌이 불편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우선 양말이나 운동화를 고집하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시되, 평소 아이의 컨디션이 좋을 때 모래, , 점토 등 다양한 촉감 자극을 아주 적은 양, 매우 좁은 신체 부위에서 시작해서 자극의 양과 물질이 닿는 신체 부위를 늘려가며 점진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가 새로운 촉감 자극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면, 부모나 교사가 먼저 만져보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이 새로운 느낌이 전혀 불쾌하지 않고 흥미롭고 재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제가 현재 만나고 있는 발달 아이는 촉감 자극에 매우 민감해서 색깔 클레이를 덩어리 채로 손에 쥐어주려 했을 때,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회기에는 클레이를 정말 콩알만 하게 떼어내어 제가 먼저 신나게 눌러보기도 하고, 늘려보기도 하며 재밌게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클레이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관심있게 바라보기 시작하였고, 이때다 싶어 이 콩알만한 클레이를 양말을 신은 아이 발가락 위에 올려보기도 하고 그다음은 검지 손가락, 다음은 손바닥 위로 올려보았습니다. 이러한 시도 끝에 결과적으로 아이는 자발적으로 작은 클레이 덩어리를 손에 쥐고 꾹 누르거나 늘려보며 제 행동을 따라 하더니, 그다음 회기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클레이 덩어리를 바닥에 눌러보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면서 놀이를 확장하며 즐거움을 공유하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고유수용감각과 관련된 자극이 필요한 아이일 수 있습니다. 고유수용감각이란, 신체 각 부위의 상대적인 위치나 동작에 적용되는 힘의 강도를 느끼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각 자극을 수용하는 정도가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30 정도의 자극만 주어도 잔이 넘치는 반면, 특정 아이들은 120을 주어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 아이가 자주 발끝으로 걷고 있다면, 감각 자극에 목말라 있는 아이라고 이해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아이들이 까치발로 걷는 이유는 현재 자신이 높은 곳에 있다는 상대적인 위치와 내 몸이 높은 곳에서 바닥을 누르고 있다는 중력의 힘(무게)을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몸이 어디서 끝나는지 느끼고, 자신의 몸이 높이를 인식할 수 있는 끝부분에 위치해 있다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아마 이 아이들은 기다란 의자나 낮은 난간처럼 높이가 있는 곳에서는 분명 발바닥을 바닥에 내리고 걷고 있을 것입니다.

고유수용감각

 

 

“선생님, 그럼 까치발로 걷는 아이를

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자꾸만 까치발로 걷는 아이에게는 가능하다면 언제든 신체감각을 충분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고유수용감각과 관련된 다양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놀이터의 등반 구조물이나 장애물 코스처럼 위아래로 통과하여 오르기 등과 같이 통합된 활동들은 아동이 공간에서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획득하도록 도와줍니다.
  • 공원의 등반기구와 놀이터의 정글짐 등을 활용한 오르기 활동과 높이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며 중력을 느낄 수 있는 그네타기 활동을 통해 다양한 자세와 방향을 느껴볼 수 있도록 아동을 격려해주세요.
  • 정원의 담처럼 높은 곳을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걷거나 한 발은 높은 곳에, 한 발은 낮은 곳에 두고 서로 다른 높이를 느껴보게 하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 놀이터의 평균대 혹은 길가에서 살짝 올라와 있는 울타리 난간 혹은 보도블록, 짐볼 등에서 신체 균형을 잡는 활동도 감각을 풍부하게 느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아동이 평소 도전하기 어려워하거나 거부했던 신체활동에 점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그네 타기를 어려워하면 처음에는 아동의 발을 땅에 붙이거나 아동을 잡아주면서 그네를 타게 해 주세요.
  • 근육, 관절, 몸 중심부에 고유수용감각과 압박감각은 아동을 보다 안정감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아동이 계단 오르기를 겁내면 엉덩이를 잡아주거나 부드럽게 압박을 주세요. 이것은 손으로 난간을 잡을 때보다 더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 회전보다는 부드러운 앞-뒤 움직임이 견디기 쉽습니다. 아동이 편안한 방향과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때때로 손목과 발목에 콩주머니 혹은 쌀 주머니를 달아주면 움직이거나 오를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지시자 따라 하기’ 또는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노래를 사용한 손과 손가락 움직임따라 하기와 같은 모방이 포함된 활동들은 아동이 다른 또래 아동들을 보고 흉내 내기에 기초하여 행동을 계획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 던지기, 받기, 치기 등의 눈-손 협응 활동과 풀칠하기 등과 같은 수공예 활동에 참여시켜주세요.
  • 커다란 전지에 미로를 그려 아이가 그 길을 빙글빙글 돌아 따라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또한 블록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 장난감 차를 굴리며 눈과 손이 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촉진해주세요.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안전하게 떨어지는 놀이도 아이의 신체 지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아이라면, 물속으로 점프하기 혹은 트램펄린에서 뛰는 활동도 매우 좋습니다.
  • 몸의 넓은 부분에 지속적으로 깊은 압력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두 개의 쿠션 사이에 아이를 넣고 부드럽게 눌러주는 샌드위치 놀이, 거실에 넓게 이불이나 담요를 펼친 후 돌돌 말아주는 김밥 놀이가 있습니다.

 

글을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까치발이라는 아이의 증상 자체에 너무 집중하지 않길 바랍니다. 증상의 소거를 결과적인 목표로 잡게 되면, 그 모든 과정이 은연중에 아이에게 변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와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활동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로 접근해주시길 바라며 글을 끝마칩니다.

 

 

그럼 오늘도 아이의 마음에 한 발짝 가까워지시길 바라며, 봄처럼 따뜻한 하루 되세요 :)

 

 

 

[참고서적]

자폐아동의 부모를 위한 101개의 도움말(Anold Miller, 2014)

감각통합과 아동(A. Jran Ayre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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